찾기
워낙에 찾기엔 소질이 없다.
유치원 시절부터 해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소풍을 가면 소풍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보물찾기!
요즘엔 있는지 모르겠지만..
보물찾기에 걸린 보물들은 작게는 연필 한자루에서 52색 크레파스까지 아주 다양했다.
물론 재수없게 '꽝'이라는것도 있었다. 정말 잔인한 어른들 같으니라고..!
애써 찾은 쪽지를 펼쳤을 때,'꽝'이 적혀있는 쪽질 보고 상처 입을 어린 영혼을 생각해봤는가?
선생님이 보물찾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면 다들 짧은 다리로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기 시작한다.
나역시 하나라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안절부절하며 이리지리 우왕좌왕했던 기억이 있다.
보물 이름이 적힌 하얀 쪽지는 보이지 않고, 어른들이 태운 담배꽁초만 가슴 두근거리며 집었다 실망해서 내팽게치길 여러번 한 것 같다.
벌써 여기저기서 찾았다는 환호성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되면 거의 게임 오버다.
보물이란건 원래 귀한 것.. 그래서 보물쪽지도 몇 장 안된다는거!
재수좋은 녀석들은 2~3씩도 찾는데 난뭐냐.. 난 꼭 52색 크레파스를 타고 싶다고!!
보물찾기가 끝이나고 선물 전달식에서 52색 크레파스를 가슴에 안긴 녀석들을 부러워했던 기억.
물론 가끔은 나도 보물을 받았다.
몇몇 멋진 녀석들이 2~3개정도 보물쪽지를 찾으면 개 중 한 개씩은 나눠줬다. 얼마나 맘 씀씀이가 멋진 녀석들인가!
하지만 그래봤자 연습장이나 싸이펜 정도였다.
오늘 립스틱을 찾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난 정말이지 찾기에 소질이 없다고, 어제 분명히 화장대 첫번째 서랍에서 그 립스틱을 봤는데,,
오늘은 첫번째 서랍뿐 만 아니라 화장대 어느 구석에도 립스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 난 정말 찾기엔 꽝이다.
단념하고 책상위에 던져둔 파우치를 열었는데, 글쎄, 그토록 찾던 립스틱이 떡하니 약오르지 하며 있는게 아닌가!
아마도 어제 화장대 첫번째 서랍에서 본 뒤 파우치에 다시 옮겨놓은게 틀림없다.
찾기를 못하는건지. 기억력이 안좋은건지. 나참.
항상 뭔가를 찾다가 지칠무렵쯤 다시금 처음 찾았던 장소에 돌아가면 애타게 찾던 물건이 나를 비웃듯 버티고 있다.
그럴 땐, 반갑다기 보다는 찾는데 낭비한 시간과 나의 허접한 눈썰미에 대한 원망과 허무함이 몰려온다.
찾기를 못한다는건 이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대단한 마이너스작용인것 같다.
인생은 그러고보면 숨기고 찾기의 연속인 것 같다.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에 따라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느냐 하는거다.
찾기를 못하는 난, 오늘도 내일도 찾고 또 찾고. 그러다 지칠때쯤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나겠지..
아님 누군가가 불쌍해서 하나 나눠줄지도
찾기를 잘하도록 학습시켜주는 학원은 어디 없나?